분청연화

연꽃은 세계 각지에 자생하는 식물로 이집트, 중국, 인도의 건축물이나 미술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생태적으로 진흙 속에서도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잘 자라기에 강한 생명력과 번식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후 불교에서는 서방정토에 다시 태어날 때 연꽃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연화 환생의 의미로, 유교에서는 선비의 청빈함을, 도교에서는 신령스러움을 상징하며 다양한 인류의 문화유산에 그 흔적을 남겼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찰의 석재나 목재 장식에 연화문이 새겨져 있고, 민화의 소재로, 도자기의 장식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조선 ‘분청박지연화문편병粉靑剝地蓮花文扁甁’에 새겨진 연화문은 두터우면서도 결이 곱게 칠해진 회색 태토 위에 푸른빛의 투명한 분청 유약을 입힌 것이다. 도자기의 한쪽 면이 꽉 차도록 크게 연꽃을 그리고, 그 주변을 긁어서 연꽃 문양이 더욱 드러나도록 하는 박지 기법을 사용했다. 박지는 분청사기의 태토로 그릇을 빚고 먼저 백토를 입힌 뒤 무늬를 그리고 문양 외의 부분을 긁어낸 뒤 그 위에 다시 회청색 유약을 발라 구워 무늬가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다. 대범하게 그려진 연꽃 무늬의 자유로움이 맘에 들었다. 무늬는 대담하게 표현하되 물빛같이 고운 유약을 입혀 시원스런 특징을 그대로 화면에 옮기고자 했다. 박지 과정에서 생긴 바닥의 미세한 울퉁불퉁함이 흐릿하게 남아 수작업의 느낌도 좋았다. 두 가지 색상으로 세부적인 부분 묘사를 생략하니 질감 있는 벽에 그린 벽화의 느낌이 나서 벽지로 사용하니 좋았다.

* 도자기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