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모엽-담

분모엽-담

분모엽은 ‘분청조화박지모란문편병粉靑彫花剝地牡丹文扁甁’에서 소재를 따왔다. ‘모란 무늬를 새긴 분청사기 편병’이란 뜻이다. 고려가 기울고 조선이 들어서면서 고려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상감청자의 기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상감청자를 만들던 도공들은 일터를 잃고 흩어져 심산유곡으로 들어가 자기만의 감각과 기법으로 자유롭게 도자기를 빚었다.

고려청자에 쓰였던 상감 기법은 물론이고, 조각처럼 그림을 새기는 조화 기법, 철제 안료를 사용한 철화 기법, 도장을 이용한 인화 기법, 문양을 새긴 후 바탕의 백토를 긁어 문양을 드러내는 박지 기법, 백토 물에 풍덩 담갔다 꺼내는 덤벙 기법, 거친 붓으로 힘 있게 바르는 귀얄 기법 등 다양한 기법이 등장했다. 모양 역시 물이나 술 등 액체를 담는 용도의 장군, 자라 모양으로 만든 액체를 담는 용도의 자라병과 편병, 매화주를 담는 용도로 길쭉하게 만든 매병 등 기능에 충실한 용기들이 만들어졌다.

회색 태토 위에 백토를 덧칠하고 다양한 기법으로 문양을 드러나게 하는 기본은 유지했기에 이렇게 빚은 도자기를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 줄여서 분청사기라 부른다. 고려 귀족들에게 공급하던 상감청자나 조선 관요에서 생산해 왕실과 사대부에서나 쓰던 매끈한 조선백자와 달리 분청사기는 대중을 대상으로 했기에 형태는 질박해도 표현은 자유로워 민중 자기라 했다. 분청조화박지모란문편병은 물이나 술을 야외에 들고 나가 즐길 수 있도록 주둥이는 좁게, 몸통은 납작하게 만든 이동식 물병이다. 전체적으로 귀얄로 백토를 입힌 후 박지와 조화 기법을 이용해 부귀화로 알려진 모란 무늬를 새긴 것이다. 대담한 필치로 큼직하게 그린 모란엽문牡丹葉紋과 모란유문牧丹柳文의 거침없는 조화가 맘에 들었다. 분청사기 특유의 활달함이 돋보이는 도자기였다.

분청에 그려진 그림들은 단백하고 간결하며 대담한 형태로 많은 그림을 그린 사람의 솜씨로 빠르게 그려내려간 패기가 느껴진다.같은 모란엽 도자기를 겹쳐서 음영을 내고 그위에 다른 화판으로 노란색의 그라데이션을 둔 후 비치도록 겹쳐 마치 두장의 비치는 천이 레이어되는효과를 주었다.

* 도자기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