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금강산

금강산은 많은 화상들이 각각 다른 솜씨로 그린 산수화 최고의 화제이다. 민화나 문인화에서 많이 볼 수 있으나 조선 시대 문인화가 정선은 중국 화법에 지배받던 일반적인 조형 원리를 넘어서 그만의 진경 화법으로 산수화를 그렸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金剛全圖’는 내금강의 전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을 사용해 원형의 구도로 압축하여 비단 바탕에 금강산 일만이천 봉을 기세 있게 그려낸 그림이다. 내금강 초입의 장안사 비홍교부터 금강천 물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1만2천 개의 화강암 봉을 줄줄이 세워 나가다 날카로운 바위 봉우리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중향성에 이르러 그 위로 주봉인 비로봉을 솟구치듯 표현함으로써 금강산 전체를 한 화면에 압축해 넣었다.

평양이 고향인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금강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북한산 자락 부암동에 살면서 북한산과 인왕산을 오르내리다 보니 산의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2010년 아트링크 <숨은 꽃> 전시 준비로 풍경을 그린 자료를 찾던 중이었다.

그때 간송미술관 최완 실장의 도록에서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발견했다. 진경산수의 의미를 다시 보았고, 문인화와 민화 사이에서 정직하게 자기 감성을 표현한 대가의 진정성을 진지하게 대면했다. 그 솟구치는 감흥을 투사지에 바로 옮겼다. 마치 겸재가 된 것처럼 그대로 선을 그려 내어 간결하고 인상적인 정경을 무늬에 담아냈다.

* 문인화 / Literati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