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부채

우리 선조들이 남녀노소 막론하고 사시사철 손에 들고 다니던 소품이 부채다.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채는 여름에는 바람을 만드는 도구로 쓰이지만 가끔은 손가락 대신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봉으로 신분을 드러내는 역할, 번거로운 인사를 줄이려고 얼굴을 가리는 상징적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동그란 원형의 둥글부채(단선)에 태극무늬를 넣은 태극선, 상을 당했을 때 지니고 다니는 소선素扇,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쥘부채(접선), 쥘부채 중 가장 튼튼한 합죽선, 펼치면 바퀴처럼 동그란 모양이 되는 윤선 등 부채의 종류는 소재와 모양에 따라 다양하다. 대나무로 살을 만들고 종이를 펼쳐 발라 만드는 기본형 외에 부챗살에 자개를 붙이거나 비단을 입히고 금은 보석으로 부채 장식을 하는 등 다양한 공예 기법을 동원해 화려하게 장식해서 들고 다니는 장신구처럼 만든 것들도 있다.

부채 무늬를 만들 때는 무늬에 일관성을 주기 위해 주로 둥글부채를 사용했다. 부챗살 끝을 휘어 오동나무 잎사귀처럼 만든 오엽선梧葉扇, 부처님의 자비를 비는 연잎 모양의 연엽선蓮葉扇, 윗부분에 살짝 홈이 있어 고급스런 실루엣을 만드는 파초선芭蕉扇, 혼례 때 신부가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사용한 동그랗고 장식적인 진주선眞珠扇, 한 바퀴를 돌려 펼치는 윤선輪扇 등 여덟 가지 고급스런 둥글부채를 모양 있게 배치하여 사방으로 반복하니 연한 색조의 고급스런 무늬가 탄생했다. 윤선의 가운데 중심축도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였고, 부채 위에 그려진 사군자 역시 다채로운 그림을 만들 수 있는 요소였다. 여름용 커튼이나 벽지로 이 무늬를 활용해서 작업하기도 하고, 비단에 무늬를 올려 한복 치마를 만들면 선조들이 사용한 소품의 멋이 옷에 깃들어 꽤 근사한 그림이 나왔다.

* 생활 소품 / Household I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