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춤

백선도百扇圖는 ‘백 개의 부채를 그려 놓았다’는 뜻으로 여덟 폭 병풍에 그려진 부채 그림이다. 태극선, 오엽선, 윤선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단선과 접선을 겹쳐서 배치한 그림이다. 같은 접선이라도 펼쳐진 정도가 다르고, 부채 위에 그려진 산수와 화조 등의 그림을 어우러지게 배치하였다. 완전히 접은 부채가 선처럼 군데군데 들어가 화면이 율동적인 분위기다. 기존 조선의 화조도나 책가도와 다르게 조선의 부채를 사용했고, 정밀 묘사에 채색한 원나라 화풍으로 그린 점이 색다르다.

병풍은 혼례, 생일, 상례 등 인간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행사에 사용하는 것으로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보통 사군자나 책가도, 화조도, 명문 등을 넣어 고상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만드는데, 부채를 소재로 한 백선도 병풍에는 토속 민화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흥’이 들어 있다. 서양 문물이 물밀 듯 들어오던 조선 말기에 서양인들이 조선에 와서 조선 사람들이 내다 파는 생활 소품을 대량으로 매입하곤 했는데, 그때 눈 밝은 서양인들에 의해 좋은 그림들이 해외로 많이 나갔다.

2013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도원몽> 전시를 준비하던 시기에 온양 민속박물관에서 이 귀한 백선도 병풍을 만났다. 조선 시대의 병풍으로 여덟 폭짜리였는데, 일본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부채가 주인공이었다. 부채들이 위에서 떨어지는 듯, 물에 흘러가는 듯 율동적으로 배치된 것이 마치 부채가 스스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고 율동적이며 회화적인 원본을 그대로 차용하되 담백한 색상을 뽑아 한 단계 낮은 색으로 정리하고 무늬로 만들었다. 바람을 일으켜 재앙과 악을 몰아내는 의미도 있고, 여름날 부채를 보면 시원한 느낌이 들겠다 싶었다. 이름도 첫 느낌 그대로 ‘부채춤’이라 붙였더니 여름엔 여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커튼이나 벽지로 활용도 높은 무늬가 완성되었다.

* 생활 소품 / Household I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