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완

찻사발, 막사발로도 불리는 다완은 굽이 있는 둥근 그릇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어 고려, 조선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릇 아랫부분에 굽이 있는 걸로 봐서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실생활에서 음식을 담아 사용하기보다는 제기祭器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고려 때 만든 청자 다완은 가마 온도가 낮아서 유약이 잘 녹지 않은 탓에 다완의 아랫부분이 오톨도톨한 것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일본의 다인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중시했기에 고려와 조선의 다완에서 최고 말 찻잔의 가능성을 찾았다. 차를 마시고, 맛을 감상하는 것이 다도茶道의 기본이지만 다도에서는 그릇을 감상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둥글지만 조금씩 엇나간 비대칭의 동그라미, 도공이 준비한 환경에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만들어 낸 질감과 색, 그 위에 피어난 꽃과 나무의 아름다운 무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명상의 시간이 된다.

고려청자의 비색이 좋아서 연하고 짙고, 맑은 듯 탁한 비색이 도는 고려청자 다완을 몇 점 모았다. 멀리 보고, 들여다보고, 옆에서 보고, 뒤집어 보기도 하며 수시로 다완의 비색을 탐하던 중 일어선 채로 늘어놓은 다완을 내려다보니 연못 군데군데 동심원이 퍼지는 듯 멋진 수채화가 보였다. 다완의 테두리만 따기도 하고, 그 안에 떠 있는 무늬를 뽑기도 하면서 청자 다완이 지닌 색의 농담을 물감이 바랜 듯한 느낌으로 패턴을 만들었다. 호텔 같은 상업 공간의 입구에 벽지로 쓰기도 하고, 침구로도 만들어 보았다.

* 도자기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