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버드나무
고려청자 중 상감 기법으로 무늬를 새겨 넣은 도자기는 비색翡色의 신비함으로 보나, 새겨진 무늬로 보나 우리 문화사에서 손꼽히는 유산이다. 비색은 고려 때 사용하던 말인데 12세기 송나라의 문인 서긍이 고려의 실정을 송나라에 전하고자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
서긍은 ‘도자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이라고 부르는데, 근래에 와서 제작 솜씨가 공교해졌고 빛깔도 더욱 아름다워졌다’고 했다. 또한 송나라의 태평 노인은 종이, 먹, 벼루, 차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명품을 꼽을 때 청자는 송나라 월주요와 용천요를 제쳐두고 고려 비색이 천하제일이라 했을 정도다.
청자 중에서도 ‘청자상감수류조문대접靑磁象嵌水柳鳥文大桑’은 직경 16센티미터의 대접 안에 새와 버드나무가 회화적으로 그려진 수작이다. 청자 바탕에 물가를 따라 낭창낭창 늘어진 수양버들을 먹으로 유려하게 그리고 그 사이에 세 마리의 백로가 장난치듯 유유히 날아다니게 한 화공의 해학이 보면 볼수록 멋지다. 보고 있으면 마치 새들이 대접 밖으로 헤엄쳐 나오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세련되고 지적인 감성을 간직한 채 산과 강, 구름과 학, 꽃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그림은 몽상적이면서도 산수화를 보는 듯한 감흥을 준다.
이 청자의 미감과 깊이 있는 색상을 그대로 적용해서 무늬를 만들었다. 대접 자체의 둥근 모양을 비눗방울처럼 군데군데 띄우고, 어떤 것은 버드나무를 생략하고, 어떤 것은 온전히 살리고, 백로 몇 마리는 끌어내서 배경을 하늘 삼아 자유롭게 노닐게 했다. 비색이 가진 고급스러움과 신비스러움이 잘 살아나서 벽지와 커튼, 소파 덮개로도 반응이 좋았다.
* 도자기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