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화

낭화

겸재의 수묵화 중 ‘고사관폭高士觀瀑’이란 제목의 작품이 있다. 심산유곡에 자리한 선비가 소나무 아래 앉아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것을 바라보는 광경을 그린 것이다. 굵은 붓질로 마치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대담하고 자유롭게 표현한 진경산수화다.

이 작품을 본 어떤 시인이 폭포의 물거품이 마치 떨어지는 꽃 같다 하여 ‘낭화’라고 표현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집에 있던 세간살이나 자투리 천, 도록들을 보며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듯이 나의 딸도 수많은 디자인 서적과 원단 속에서 자라나 디자이너로 성장했다. 대학에서 과제를 하는데 겸재의 작품을 주제로 무늬 디자인을 한다기에 담청색의 화려한 양면 무지 비단을 보내줬다. 딸은 원단의 색을 다 빼서 무색의 무늬가 생기게 하는 발염 기법으로 마치 폭포의 물거품처럼 작업을 했다. 거기에 소묘와 디지털 작업을 연동해서 자연스레 물이 든 것처럼 신비스러운 무늬를 만들어 냈다.

문인화 / Literati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