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잇기_육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생활사에서 조각 잇기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고대에는 큰 천을 만들 기술이 없기에 조각조각 작은 천들을 붙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기법 자체는 이집트 시대부터 있었다 한다. 우리나라에는 규방 소품의 하나로 조각보가 있다. 자투리 천을 활용해 보겠다는 알뜰함과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 낸 조형미가 더해져 요즘은 오래된 조각 잇기의 가치가 아주 높이 평가된다. 우리나라 조각보 역시 대표 수집가인 허동화 선생이나 강릉 규방 문화 수집가들에 의해 조명받기 시작해 우리 민족문화의 중요한 유산이 되었다.

조각보는 음식, 장신구, 의복, 책 등을 싸거나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혼사나 특별한 행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조선의 여인들은 옷이나 이부자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자투리 천을 모아 놓았다가 이어 붙여서 보자기를 만들어 살림에 유용하게 썼다. 큰 원단을 잘라 만든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온 천을 이어 붙였기에 특별한 의도나 계획이 없는데도 결과물은 보기에 좋은 조형미를 보였다. 이를 ‘무계획의 아름다움’이라 하기도 하고, 잠재적으로 스며 있던 ‘한국적 조형미’라고도 한다. 이는 현대적인 감각과도 들어맞아 추상미술에 버금갈 만큼 작품성이 우수하다.

허동화 선생의 소장품에서 조각보를 보고, 이 조형미를 현대적인 생활 용품에 적용하기 위해 ‘조각잇기’라는 장르를 만들고 작업했다. 지난 30년 동안 디자인해 온 무늬들을 조각조각 이어서 새로운 무늬의 체계를 만들었다. 수평과 수직의 균형, 색상과 질감의 대비를 아우르는 심미안이 필요했다. 침구, 커튼, 깔개 등에서 조각 잇기로 만들어 낸 무늬는 현대적이고 한국적 아름다움을 펼치고 있다.

조각잇기를 육각으로 한국의 달 항아리처럼 아래 위를 이어 하나로 합체하는 방식을 취해서 작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