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정대도

불정대도

관동별곡
천 길 절벽을 공중에 세워 두고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 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었으니
도경에 그려진 십이 폭포가 내가 보기에는 여럿이구나
이백이 이제 있어서 다시 의견을 나누게 되면
여산 폭포가 십이 폭포보다 낫다는 말을 아마도 못할 것이다.
-송강 정철

겸재는 송강이 쓴 ‘관동별곡’의 진경 묘사력에 감동했는지 그 가사에 부합되도록 불정대를 그렸다. ‘불정대도’에는 거대한 석주 모양의 암봉이 솟아난 박달봉 본산과 천 길 벼랑 아래 송림에 싸인 외원통암이 안개 속처럼 뿌옇고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외금강과 내금강의 경계에 있는 불정대를 그린 것으로 그림 속에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사람들도 표현되어 있다. 비단에 수묵담채로 그려진 이 그림은 비가 개지 않은 아침, 쭉쭉 뻗어 내려간 봉우리들이 물안개에 물든 듯 아련하게 솟구치는 모양새다.

이것은 패턴이지만 원도의 장엄하고 신비한 비경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그래서 앞은 실크, 뒤는 면으로 교직이 된 직물에 작업을 했는데 이는 비단에 그려진 효과를 주기 위함이다.

* 문인화 / Literati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