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패치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영산이라 해서 산을 숭배해 왔다. 큰일을 앞두고 산에 올라가 치성을 드렸고, 함부로 나무를 베지 않는 등 산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산을 넘어가면 이상향이 있다고 믿을 정도로 산은 우리 민족에게 영적인 존재였다. 그래서 오래된 병풍이나 그림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산수화다. 자연을 중시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바랐기에 늘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도록 생활에 끌어 들인 것이다.

스페인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가 한 패치워크 작품을 보고 내 무늬들을 조각조각 이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자수 병풍에 있던 포스트 모던 양식의 산수를 비롯해 민화에 등장하는 석류, 매화, 책가도 등 온갖 자연 만물과 생활 소품들을 건물처럼 단순하게 넣고, 길상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무늬들을 뽑아 조각을 잇듯 부정형의 형태로 자유분방하게 편집했다. 이것이 내 조각잇기 무늬 디자인의 시작이다.

* 민화 / Folk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