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빨간 주머니 속에 반짝이는 씨앗이 빼곡이 들어 있는 석류는 예로부터 다남의 상징이다. 그 근원을 따라가면 중국 제齊나라의 기록인 <북사위수전北史魏收傳>에 안덕왕 연종延宗의 이야기가 나온다. 연종이 새로 맞은 왕비는 이조수李祖收의 딸로 용모가 단정하여 왕의 총애를 받았다. 왕비의 어머니 송씨가 연종에게 석류 두 개를 바쳤는데 왕은 시어서 먹을 수도 없는 것을 왜 주었는지 의미를 모르고 던져 버렸다. 이에 이조수가 “석류는 알맹이가 많은 과일입니다. 자손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바친 것으로 압니다” 하고 아뢰었다. 그러자 왕은 이조수의 벼슬을 높여 주고 비단을 하사하였다. 이로부터 석류가 다산의 상징으로 알려져 혼례복인 활옷이나 원삼에도 석류 무늬를 수놓아 자손, 특히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기복의 의미를 담았다.

디자인적으로도 석류는 선명한 붉은색이 주인공이 된다. 거기에 안쪽에서 터져 나올 듯한 자잘하고 투명한 붉은색의 씨앗과 튀어나온 꽃자리 등 재미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 나는 열매가 나무에 달려 있는 모양 그대로의 석류나무를 무늬로 만들었다. 석류나무를 배경에 은은하게 그리고 석류 열매는 의도적으로 관능적인 색감으로 표현했다. 배경으로 밤과 낮처럼 어둡거나 밝은 색상을 사용하되 그늘지게 표현하고 열매와 일부 잎을 찬란하게 드러내 대조가 되게 했다. 밤하늘에 소원을 담은 풍등이 날아가듯, 어두운 산속에서 길을 알려 주는 호롱불처럼 석류에 마음을 담았다. 수채 물감으로 맑게 표현한 석류는 무늬를 담은 직물 위에서 상서롭게 떠다니며 우리의 눈과 마음을 붙잡는다.

* 민화 / Folk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