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

우리 선조들에게 가장 큰 삶의 지표는 수복강녕, 부귀영화였다. 부귀영화보다 앞서는 게 수복강녕. 오래 살고 복되며 건강하고 편안하게 일생을 사는 것이다. 무병장수, 만수무강 모두 같은 의미다. 그만큼 오래 사는 것은 우리 선조들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소망이자 기원이기도 하다. 특히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늙지 않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연의 산물에 빗대어 표현하곤 했다. 해, 달, 산, 개천, 대나무, 소나무, 거북, 학, 사슴, 불로초라는 열 가지 불로장생의 상징을 십장생이라 했다.

해와 달은 낮과 밤으로 나누어 세상을 비추고, 산과 개천도 변함이 없다. 대나무는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고, 소나무는 사철 푸르다. 거북과 학은 천 년을 살고, 사슴은 온순하면서 고고하다. 불로초는 진시황도 탐내던 불로장생의 영약이다. 이 십장생을 한 폭의 종이 위에 그려 병풍이나 족자를 만들어 방에 놓거나 목가구에 새기고, 담에 장식하거나 노리개에 수를 놓아 차고 다니는 등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사용함으로써 불로장생을 기원했다. 조선 시대 민화에 십장생이 소재로 자주 등장한 이유다.

이 십장생의 상징적 의미를 무늬로 만들었다. 민화에 나오는 십장생을 보긴 했지만 그리 매력을 못 느꼈는데, 우연히 신설동 근처에서 자개 패를 종류별로 모아 파는 걸 보게 되었다. 그곳에 원하는 모양으로 자개를 잘라서 조각으로 판매하는 자개 가게가 있었다. 예전부터 널리 사용하던 무늬라 십장생 무늬의 자개 패가 있었다. 무늬를 모아서 다시 배치한 후 외곽선만 차용하고, 재커드 기법을 적용해 단색의 실크 재커드를 만들었다. 윤곽만 살려 놓고 다음 단계로 우리 전통색인 오방색에서 발전시킨 분홍, 보라, 고동, 노랑, 하늘, 은빛의 여섯 가지 색상을 적용해 율동적인 색동을 만들었다. 실제로는 하나하나 열 가지 사물이지만 불로장생이란 동일 주제로 묶인 십장생에 색동이란 장치를 더해 상징성을 더욱 강조했다. 다른 무늬와 달리 아홉 줄이 한 묶음으로 무늬가 되어 상하좌우로 반복되면서 힘이 더욱 강해지고, 무늬의 흐름이 만들어지므로 넓은 공간에서 더욱 효과를 발휘하는 무늬다.

* 민화 / Folk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