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

쌈지

오죽헌의 초충도로 대표되는 신사임당의 시서화와 여덟 폭 자수 병풍, 허난설헌의 문학, 강릉에서 활짝 꽃피운 수 보자기와 색실 누비 등, 강릉은 규방 문화의 보고다. 백두대간을 옆에 끼고, 동해의 넘실대는 파도를 늘상 접하며 사는 강릉 여인들은 수려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민속놀이를 경험하며 고유의 미의식을 다듬었다. 강릉에서 전해 내려오는 누비 쌈지는 지금도 조형 예술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조선 시대 남정네들은 담배나 부싯돌을 담은 작은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다녔다. 여인네들이 종이나 천, 가죽으로 쌈지를 만들었는데, 기능적인 주머니 모양을 먼저 만들고, 장식하는 데 오랫동안 공을 들였다. 관동 지방은 눈이 많이 쌓이고 추워서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누벼서 몸에 지녔을 때 따뜻하고 튼튼하며 때가 잘 묻지 않는 실용적인 소품들을 만들었다. 특히 규방 공예가 발달한 강릉 여인들은 적·황·청·흑·백의 오방색 실로 사각형이나 원형을 반복적으로 바느질하거나 매화 혹은 계수나무 문양을 단순하게 만들어 박기도 했다. 실도 무명이나 비단실뿐만 아니라 한지를 꼬아 실로 만든 것도 사용했다. 담배쌈지와 부시쌈지, 바늘꽂이, 반지 쌈지, 버선본집, 안경집, 베갯모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는데, 균일한 바늘땀이 만드는 조형미와 손바느질만이 낼 수 있는 손맛이 느껴진다.

쌈지 무늬는 오래된 누비 쌈지의 기하학적인 손바느질 기법을 가져다 만든 것이다. 무늬를 더욱 단순화하고 사방으로 반복해서 쌈지를 조각보처럼 여러 개 이은 효과를 냈다. 실 자체의 굵고 가는 차이들이 손바느질의 질감을 돋우고, 가끔 보이는 땀의 차이가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 내기 힘든 독특한 정체성을 만들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낸 듯한 정성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손맛이 나는 기하학적 무늬라서 침구에 사용하면 퀼트 이불 느낌도 나고, 쿠션에 사용하면 누비 바느질한 느낌도 얻을 수 있다.

* 생활 소품 / Household I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