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LIVING, March, 2015.

빛과 바람을 엮는 법

  • 에디터 홍지은
  • 포토그래퍼 이종근
  • 스타일링 디렉터 장응복(모노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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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별천지, 도원몽(PEACH BLOSSOM DREAM)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착안한 ‘도원몽’은 마치 꿈을 꾸듯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이미지화했다. 우리의 민예(民藝)와 조선시대의 화풍에서 영감을 얻어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물성으로 구성했으며, 대담한 색상과 감각적인 텍스처 그리고 유쾌한 패턴으로 일상 속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더욱 풍요롭게 드러낸다. 몽환적인 이미지는 그 옛날 꿈속에서 보았다던 복숭아꽃 만발한 풍경을 다양한 컬러의 균형 속에 현대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숨결, 산-수(MOUNTAIN-WATER)

‘산(山)-수(水)’는 동양 철학의 음양 사상, 동양화의 산수 풍경을 장응복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구성했다. 험준한 산세와 그 속을 빠르게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 그리고 변화무쌍한 구름은 꾸밈없이 웅장하면서도 유려하다. 무위한 자연의 멋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산수 콘셉트는 그저 옛것의 정취에 머무르지 않고, 어제와 오늘을 관통하는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머금고 있다.

고요하게 스미고 은은하게 번지는, 담(DAAM)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쌓이고 겹치는 형태와 색. ‘담(淡)’은 우리의 단색화에서 출발했는데, ‘물든다’는 표현 그대로 섬세하게 내비치는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그저 단순한 겹침이 아니라 다양한 색과 문양을 담담하게 여백 위로 드러내 깊고도 맑은 미감을 살려낸다. 흙 속에 흙이 비쳐 깊이 있는 질감은 물론, 풍부하면서도 정제되고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분청자기와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