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LIVING, August, 2018.

단순하되 충만한 계절의 무늬

  • 에디터 홍지은
  • 포토그래퍼 이종근
  • 촬영협조 보안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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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기보다 은은하게 스민다. 차단하지 않고 넘나들어 섞인다. 모노콜렉션의 장응복이 단장한 공간에는 겹겹마다 매일, 매 순간 달라지는 자연의 표정이 그림처럼 걸린다.

문을 열자 수런거리던 마음이 일순 고요해진다. 검박하게 자리 잡은 가구 몇 점, 창을 통해 걸어들어오는 여름날의 햇빛, 그 빛에 유순하게 몸을 맡긴 볕가리개. 보안스테이 41호에서 열린 <장응복의 레지던스 2> 전시는 전통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노콜렉션의 감도로 가득하다. “장소는 역사와 시간이 만들어내는 무형의 유물”이라는 그녀의 말마따나 각 공간은 경복궁의 영추문이 내려다보이는 보안스테이의 장소성마저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로 끌어들인다. 더하기보다 덜어냈음에도 충만한 이유. 개인 공간을 가변적으로 분리하는 겹겹의 유연한 소재, 여름맞이를 위한 청과 흑, 백색의 부드러운 쓰임, 충돌하지 않는 다양한 물성의 어울림과 경계 없는 풍경의 넘나들이까지, 그곳에는 기꺼이 머물고 싶은 계절의 무늬가 촘촘히 박혀 있다.

도심의 차경

우리 선조들이 풍수가 좋은 수려한 곳에 정자를 지어 가공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를 즐긴 것처럼, 장응복은 보안스테이의 곳곳에도 이러한 장치를 마련했다. 창밖 풍경이 밀접하게 내다보이는 작은 다실, 하늘과 맞닿은 한 뼘 테라스에 이르기까지 각 공간은 최소한의 것으로만 장식해 자연의 ‘일부’가 되도록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