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연모당준
청화연모당준 靑華蓮牡唐樽
조선 시대에 백자는 왕실에서 사용하는 기물이었다. 고려청자는 모습을 감추고, 조선의 건국이념인 성리학적 정신세계를 반영한 유백색의 백자가 도자기의 제왕 자리를 차지했다. 그즈음 중국 명나라에서는 백자 태토 위에 ‘회회청’이라는 청색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유약을 입혀 구워낸 청화백자가 크게 유행하여 유럽 도자기 문화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왕실 도화서의 화원들이 백자 위에 청색 안료로 다양한 그림을 그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청화백자를 만들었다.
경기도 광주의 관요에서 빚은 왕실용 백자에 도화서 화원들이 그림을 그려 수준 높은 미술품처럼 제작한 청화백자는 왕실을 비롯해 사대부와 지식층들 사이에서도 큰 호응을 얻어 의례용 그릇으로 사용되면서 활용 범위가 넓어졌고, 조선 청화백자만의 특징을 갖춘 후 일본 청화백자에도 영향을 끼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18세기 들어서는 산수와 인물, 사군자, 문방구 등이 청화백자 위에 나타났고, 조선 후기에는 청색 안료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사용 층이 넓어졌다. 그릇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사대부 취향의 무늬보다는 대중적인 관심사인 무병장수와 행복을 바라는 길상무늬가 점점 많이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청화백자의 이상적인 조형미를 잘 표현한 것이 ‘청화연모당준’이다. 청화연모당준은 백자에 푸른 안료로 연꽃, 모란, 당초무늬를 그린 항아리라는 뜻이다. 주둥이는 낮고 넓으며 몸통으로 내려가면서 부드럽게 커지다가 다시 아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데, 그 선이 부드럽고 준수하다. 연꽃과 모란이 하나의 덩굴로 어우러져 4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이사이에 뇌문, 여의두문, 연판문, 변형 완자문 등 다양한 무늬가 빼곡이 들어차 있다.
가나아트센터에서 도자기를 전시한다 해서 갔는데, 이 보물이 전시장 한가운데 유리 상자도 없이 오롯이 놓여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는 그 앞에 얼어붙어 버렸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백자 하나에 연꽃과 모란, 당초무늬가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미술 작품에서도 보기 힘든 조형미가 너무 아름다웠고, 이걸 무늬로 만들면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 나올 것이란 직감이 들었다.
* 도자기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