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기행

중국 청자가 고려에 들어온 것은 10세기였지만 12세기에는 고려청자만의 특색을 지닌 비색翡色 청자가 만들어졌다. 당시 송나라의 <수증금袖中錦>이란 책에 ‘고려의 비색秘色이 천하제일’이라고 쓴 기록도 있고, 북송의 문장가인 소동파가 고른 천하 명품 열 가지 중 고려청자가 있을 정도로 고려청자는 중국에서도 크게 인정받았다.

우리 전통 미술품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조선의 백자, 분청사기 등과 함께 고려청자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고려청자를 찾다 보니 빛깔은 비색으로 모아지는데 발달 과정과 기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크게 갈래를 나눠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순청자純靑瓷와 상감청자象嵌靑瓷로 나눌 수 있다. 순청자는 무늬를 새기는 방법에 따라 무늬가 없는 소문청자素文靑瓷와 조각칼로 문양을 새기는 음각陰刻, 양각陽刻, 투각청자透刻靑瓷, 그리고 각종 동식물의 형상을 본떠 소조하는 상형청자象形靑瓷 등으로 나뉜다. 그 반면 원재료의 일부를 파내고 그 자리에 다른 재료로 메워 무늬를 만드는 상감청자는 구름과 학을 그린 운학 무늬, 국화꽃이나 줄기를 그린 국화 무늬, 동식물을 그린 수금 무늬 등 무늬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형태에 따라서도 매병梅甁, 정병淨甁, 평호平壺, 발鉢, 합盒, 유병油甁, 잔盞, 배杯, 향로香爐, 연적硯滴 등의 청자들이 있었다.

‘고려청자는 고려인의 푸른 꽃’이라 표현한 고유섭 선생 말처럼 고려청자의 비색은 보면 볼수록 신묘한 매력이 있다. 거기에 공예 문화가 발달한 고려의 도공들은 뛰어난 미의식과 섬세한 손놀림으로 유려한 곡선의 도자기를 빚었고, 따라 하기 쉽지 않은 천하제일의 비색으로 구워냈다. 비색의 바탕 위에 하얀 구름과 학들을 날아가듯 새겨 넣어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런 상감청자를 완성한 고려 도공들의 미감이 절절하게 와닿았다.

‘이 세상의 고려청자를 모두 한 폭에 모아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고, 바로 화면 위에 청자들을 옮겨 놓았다. 청자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시각적으로 좀 더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고 싶었다. 청자의 비색을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윤곽선으로만 사용해 양감을 대신하고, 섬세하고 고혹적인 문양을 세심하게 표현하여 청자 안에 또 다른 풍경 겹치기를 여러 번 시도했다. 여러 번 겹치다 보니 공간감과 속도감이 느껴지는 무늬가 완성되었다.

* 도자기 / Ceram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