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
용준 龍樽
조선은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은 나라로 의례를 가장 중시했다. <국조오례의>를 만들어 길례吉禮, 가례嘉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흉례凶禮 등의 예법과 절차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중 눈에 띄는 용기가 ‘용준’이다. 의례용 항아리인 용준은 높이가 높고 어깨가 넓은 대형 백자 항아리의 표면에 푸른 안료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조선 시대 왕실의 크고 작은 연례宴禮와 제례祭禮에서 술을 담는 주준酒樽이나 꽃을 꽂아 장식하는 화준花樽으로 사용했다. 유기로 만들어 제례에 사용하거나 백자에 푸른 용을 새긴 청화백자로 만들어 왕실에서도 사용했다. 용무늬는 못된 귀신을 쫓는 길상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이의 권위와 신성함을 상징해 주로 왕실에서 쓰였다. 용준에 궁중 채화를 수북하게 꽂아 대전의 양옆에 장식하곤 해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와 함께 궁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자주 등장한다.국조오례의>
201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호림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도자기 전시가 잦았는데, 용준이 자주 눈에 띄었다. 도자기의 근육질적 느낌에 놀랐고, 빛깔과 무늬, 자유분방한 붓 자국에 압도되어 2년 동안 도록을 곁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다 작업을 시작했다. 용준의 외곽선을 따서 굵은 선과 가는 선으로 만들어 작업했다. 도록에서 무늬를 옮기기 위해 투사지에 옮기던 중 몇 장을 겹쳐서 햇빛에 비춰 보니 조금씩 엇갈리며 생기는 영상이 아름다웠다. 번짐 기법으로 작업해서 폭이 좁은 전통 한지에 찍었다.
처음 한지 작업할 때는 디지털 인쇄를 하다가 통한지가 나와 좀 편해졌다. 본래 방염성을 지니고 있는 한지로 벽을 바르면 방염도 되고 실내가 아늑한 분위기도 나 일석이조다. 한지가 갖고 있는 친환경적인 부분과 보기에 편안함을 주는 치유 효과 등을 무늬와 함께 즐길 수 있다. 나는 유리, 나무, 철, 한지등 천이 아닌 다양한 물성을 활용하고 그 재료들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현대생활애 적합한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