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살
해마다 5월 5일 단오가 되면 우리 선조들은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면서 수리취떡과 익모초즙을 시절식으로 먹곤 했다. 쑥은 단군 신화에 나오는 식물로 우리 민족에게 신성시되었고, 여러 가지 약효도 있어 제철에 흔한 재료로 몸도 보하고, 재앙도 물리치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단오에 먹는 수리취떡은 멥쌀가루에 수리취나 쑥을 넣고 수레바퀴 무늬를 찍어 쪄낸 동그란 절편이다.
수레바퀴 무늬는 도자기나 박달나무로 만든 떡살에 새겨 넣은 것으로 보통 떡살에는 태극이나 국화, 나뭇잎 무늬나 수壽, 복福, 희喜 등의 길상과 장수를 의미하는 글자를 새겨 잔치나 선물용 떡에 박곤 했다. 떡에 굳이 무늬를 찍은 것은 장식용이기도 하고, 떡이 서로 붙거나 쌓았을 때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실용성도 있고, 장수와 길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자 함이었다. 조선 시대 떡살은 한 개씩 찍을 수 있도록 큰 도장처럼 생긴 것도 있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찍을 수 있도록 중복 사용해 길게 만든 것도 있다. 떡살마다 고리를 만들고, 뒤쪽에 주인의 이름을 새겨 부엌에 걸어 두고 수시로 사용했다. 나무에 조각한 떡살보다는 도자기로 만든 떡살이 살을 박았을 때 무늬가 더욱 선명히 나온다.
일본에서 출판된 책 중에 <조선의 도자기>를 소개한 책을 보다가 도자기 떡살을 발견하고 사진을 복사해 두었다. 그때까지 다양한 떡살을 보았지만 이 떡살들은 조형미가 신비로우면서도 현대적이었다. 동그란 형태 안에 반복적으로 사용된 선들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를 볼 때 무한한 길상의 의미를 담고 있어, 그 의미와 시간의 힘을 담아 작업했다.
* 생활 소품 / Household Items